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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태학 (삼성석유화학 대표이사사장)

와인은 그저 또 하나의 술일 뿐인가.
와인문화가 우리나라에 정착된 것이 최근에 와서라고 하더라도, 와인을 그저 술로 보기에는 무언가 다른 면모가 있다는 걸 어렴풋이 감지하게 된다. 예를 들어, 와인하면 우아한 레스토랑에서 여인에게 프로포즈를 할 때 등장하는 술, 또는 일부 계층에서 파티 문화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술로 여겨져 왔던 몇 년 전이라고 해도, 거기에는 어떤 의미 들이 숨어 있다. 즉 사교의 매개체이며, 모임의 의미를 한층 높여주는 기능을 와인은 말없이 수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와인에 대한 단선적인 이미지는 최근 들어 깨지고 있다. 이제 와인은 특정 계층의 향유물이 아닌, 어디서든지 쉽게 구입해서 마시고 즐기는 술이 되었고, 일부에서는 매니아층들이 생기기도 했다.

이것은 비즈니스 현장에서 와인이 가졌던 의미에서도 마찬가지다. 와인이 주는 그 의미보다는, 중요한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만남에 상대방에게 예우를 갖추는 의미에서의 가격적인 면이나, 막연히 분위기를 살려줄 것 같은 장식적인 면에서 와인이 비즈니스 테이블에 등장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글로벌한 비즈니스 현장에서 와인이 갖는 의미는 그 정도에서 머물지 않는다. 와인에 대한 기본 매너와 상식은 국제석상의 비즈니스 미팅에서는 기본이며, 와인이 주는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활용해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건 필수적인 것이다. 따라서 최근 들어 몇몇 굴지의 기업들이 와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외부 강사를 초청해 와인을 배우려고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인 요청 때문이다. 와인은 이제 글로벌 비즈니스맨들의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김기재 사장은 바로 이 ‘와인과 비즈니스'에 대한 전문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다년간 기업체에서 와인과 비즈니스에 대해 강의를 해온 저자는 2002년 「이코노미스트」지에 <김기재의 비즈니스와 와인> 칼럼을 1년 간 게재했으며, 2003년부터 삼성경제연구소(www.sericeo.org)의 <즐거운 와인타임>에서 CEO를 대상으로 한 와인 방송을 해 오고 있다. 또한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성공적인 해외 비즈니스 수행과 국제적인 감각 및 커뮤니케이션 기술, 협상력을 가진 리더양성을 위해 운영하는 <글로벌 CEO를 위한 와인&컬쳐 과정>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그 간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보다 쉽고 풍부한 와인 정보와 이야기들을 비즈니스라는 키워드로 엮어낸 책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크게 세 파트로 나누어진다. <성공한 비즈니스맨, 잘 조화된 와인>, <세계 유명와인의 실전 글로벌 마케팅>, <글로벌 비즈니스맨을 위한 실전와인 MBA>가 그것이다.


성공한 비즈니스맨, 잘 조화된 와인

<성공한 비즈니스맨, 잘 조화된 와인>에서는 와인을 즐기기 위한 기본 정보들 (와인의 맛, 테이스팅 하는 법, 포도품종, 맛의 표현, 와인글라스와 맛, 레이블 보는 법, 빈티지 차트 활용하는 법, 와인 보관법)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 책만이 갖는 독특한 시도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그저 정보들을 나열한 것이 아니고, 와인을 비즈니스맨으로 비유하여 설명한 대목이다.

한 병의 훌륭한 와인이 태어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가를 한 명의 성공한 비즈니스맨의 탄생 과정으로 설명한다. “성공한 비즈니스맨들은 오랜 세월 세파를 견뎌내며 조금씩 강건해져 가며 깊이를 만들어 간다. 지금은 성공해 있지만 그들의 삶이 늘 평탄했던 것은 아니다. 특히 대기만성형 비즈니스맨들이 성공하기까지 겪는 인생과 비즈니스에서의 역정은 수많은 슬럼프를 이겨낸 결과일 때가 많다.

와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와인의 경우도 이른바 침잠기라는 것이 있는데 아무리 위대한 와인이라도 숙성과정에서 슬럼프를 겪는다. 숙성이 필요한 고급 와인은 아직 영(young)한 경우에 흐트러지거나 균형이 없는 맛을 낼 수 있다. 즉 당도, 산도, 탄닌, 알코올, 맛 등의 요소가 서로 분리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때론 전혀 아무런 맛을 내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완전히 숙성되면 모든 요소가 통일되어 구조와 맛이 완벽한 조화와 균형을 이루게 된다."

성공한 비즈니스맨들이 인생의 행복과 함께 고독, 번민, 좌절과 실패 등을 통해 서서히 완성되어 가듯이 와인은 단맛으로 대변되는 인생살이의 뿌듯함, 일의 성취에서 오는 보람과 삶의 깨달음 같은 신맛, 그리고 인생과 비즈니스에서의 좌절과 비애를 보여 주는 쓴맛처럼, 와인과 비즈니스를 절묘하게 비교하고 함축성 있게 비교 분석함으로써 와인과 비즈니스 세계의 연관성을 남다른 시각으로 분석하고 정리해주고 있다.

이런 시각으로 와인을 보자, 테이스팅 하는 법은 한 비즈니스맨과 교우를 갖는 과정으로 설명되고, 포도품종이 갖는 개성은 비즈니스 현장에서 만난 상대방의 캐릭터로 설명된다. 와인 맛의 표현은 비즈니스맨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되고, 와인 레이블은 이력서가 된다. 와인 빈티지 차트의 활용법은 비즈니스맨의 용병술이 되며, 와인의 보관법은 한 훌륭한 비즈니스맨이 탄생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들이 된다. 이 책이 가진 장점은 이렇게 비즈니스맨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비즈니스 처세술을 하나하나 읽어가며 고개를 끄덕이다 보면, 어느새 와인의 기본을 섭렵하게 된다는데 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올드 월드 와인

<세계 유명와인의 실전 글로벌 마케팅>에서는 본격적인 와인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그저 유명한 와인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와인이 유명해지기까지 겪은 치열한 글로벌 마케팅 사례들이 소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올드 월드 와인>을 보면, 프랑스 와인 10개와, 독일와인, 이탈리아와인, 포르투갈, 스페인와인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들 성공한 와인들의 스토리들은 각각 하나씩의 마케팅 전략으로 설명된다. 부르기 쉽고, 외우기 쉬운 이름으로 국내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프랑스의 샤또 딸보는 그 브랜드 네임이 성공의 열쇠가 되었다. 프랑스의 자존심이 된 와인 샤또 마고는 그 변하지 않는 전통이 성공을 만들었고, 금융재벌로 잘 알려진 로스차일드 가문의 샤또 무통 로췰드는 완고하기로 유명한 그랑크뤼 분류에서 2등급을 받는 수모를 겪었지만 그 지칠 줄 모르는 모험가 정신으로 118년만에 1등급으로 승급하는 영광을 얻었다. 이밖에도 나폴레옹의 와인이라 불리는 샹베르땅은 스타마케팅의 전형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친숙한 보졸레 누보에서는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역발상을 엿보게 해준다. 실수로 너무 늦게 수확해 버리기 아까운 포도로 담갔던 와인이 오히려 당도가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온 독일의 슈패트레제는 때로는 실수가 위대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는 걸 보여준다.

흔히들 프랑스를 위시한 올드 월드 와인들은 너무 어렵고 너무 다양해서, 자칫 정보의 미로 속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저자는 복잡하고 어렵기만한 올드 월드 와인들 중 대표적으로 성공한 유명와인들의 마케팅 성공기를 통해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바꾸어놓았다.

“프랑스 와인을 위시한 올드 월드 와인들은 너무 어렵다고들 생각하고 있는데, 그것은 와인의 본고장답게 각 국가별 심지어는 지역별로 모두 제각각의 특징이 있고 또한 그 지역에서도 포도원에 따라 그 개성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포도나무에 관한 신화와 성경 속의 이야기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올드 월드 와인의 탄생은 인류의 기원과도 맞닿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올드 월드 와인들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데, 와인 자체가 전통을 추구하는 술이라는 점에서 이것은 상당한 메리트를 가진 셈이다."


뉴월드 와인의 도전정신

올드 월드 와인들이 가진 이러한 메리트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뉴월드 와인들은 그 굳건한 아성에 도전하고 있을까. <뉴월드 와인의 도전정신>은 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은 유럽의 전통에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캘리포니아 와인으로 대변되는 미국와인의 성공을 만들었고,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그 천혜의 환경과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적극적인 외자유치를 통해 세계 와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오지(Aussie-호주를 뜻하는 애칭) 스타일로 대변되는 자신들만의 영역을 만들어 독특한 개성으로 세계 와인 애호가들을 끌어들인 호주 와인, 아직까지 신비의 베일에 싸여 유망 투자 지역으로 각광받는 뉴질랜드 와인에서 우리는 신비주의 전략과 그린 마케팅의 힘을 보게 된다. 정치적인 고립으로 세계 와인 시장 변화의 흐름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남아공 와인은, 그 고립으로 인해 오히려 오랜 유럽 와인의 전통을 따르면서도 신대륙의 신선함과 부드러움이 잘 조화된 개성을 만들어냈다.

저자는 단 1세기만에 세계적인 와인산지의 대열에 끼게 된 뉴월드 와인의 성공을, 올드 월드와 비교해 볼 때 급작스런 기후변화가 적은 천혜의 조건, 값싼 노동력과 함께, 전통에 발목잡혀 있던 올드 월드와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던 뉴월드 와인의 도전정신에서 찾고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맨을 위한 실전와인 MBA

<글로벌 비즈니스맨을 위한 실전와인 MBA>에서는 이제 이론이 아닌 실기를 다룬다. 저자는 “정확하고 세련된 와인 매너는 이미 비즈니스 현장에서 훌륭한 역할을 한지 오래이며, 와인 매너의 기본은 크게 세 가지로 첫째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 둘째는 타인에 대한 존중, 그리고 셋째는 철저한 주인의식"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에서 이질적인 문화들간의 충돌은 필연적이다. 해당 나라의 문화를 몰라서 저지르게 된 사소한 실수 하나로 어렵게 이루어낸 비즈니스가 실패하는 재난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테이블 매너는 이러한 비즈니스가 주로 공식만찬의 경우와 같이 식사자리와 함께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할 수 있다. 그리고 테이블 매너에서 중심축의 하나로 차지하게 되는 것이 바로 와인이다.

국제 비즈니스나 외교적인 파티석상에서 와인은 세계 공통의 술로 자리잡고 있다. 세련된 와인매너는 비즈니스를 성공시킬 수 있는 열쇠가 되기도 하고 실패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비즈니스 와인은 이런 의미에서 비즈니스 실전에 활용되는 와인 매너를 종합해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비즈니스와 와인의 깊이 있는 관계를 남다르게 성찰해 ‘풀코스 만찬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는 방법', '비즈니스 테이블에서의 와인매너', '호스트의 Initiative를 높여주는 와인 준비', '멋진 건배사로 청중 사로잡기' 등 세심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골프와 와인', '비행기 탑승할 때 즐기는 비즈니스 와인' 그리고 '아주 특별한 와인 선물'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언급해주고 있다.

와인은 이제 맛의 즐거움을 떠나 하나의 문화이고 이미지이다. 그런데 글로벌해진 비즈니스에서 타문화를 이해하고 몸에 익힌다는 것은 하나의 비즈니스 전략이 아닐 수 없다. 국경, 언어, 피부색을 초월하여 하나의 세계를 무대로 무한도전을 펼쳐 가는 수많은 이 땅의 비즈니스맨에게 이 책은 제대로 된 와인지식을 전달할 뿐 아니라, 비즈니스를 돕는 조력자로서의 늠름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